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엄마가 쓰러지셨다.

일상/일기

by 검은콩두부 2021. 5. 30. 08:34

본문

티비나 영화에서만 나오는 이야긴 줄 알았다.

지금도 믿기지 않고 눈물이 나올 것 같지만

엄마가 곧 회복될 거라고 의심하지 않기에

여기에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5/28 아침

어머니가 쓰러지셔서 병원으로 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뇌출혈이라고 했는데 아직 의식이 있었고 의사소통은 하실 수 있어

금방 괜찮아질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

 

새벽 2시 응급실에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엄마를 위해서라면 뭐라도 해야 하기에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새벽 4시 수술이 완료되었는데 의사가 계속 안 좋은 상황만 이야기한다.

엄마가 보고 싶다. 병원이 코로나로 폐쇄되어 중환자실은 면회도 보호자 대기도

모두 불가능하다고 한다.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너무 보고 싶다.

 

5/29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간다. 하룻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전화를 걸어 상태를 물어보니 보호자로 등록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

내가 아들인데 그럼 누구한테 상태를 알려준다는 건지..

외할머니가 도저히 걱정돼서 버틸 수가 없다며 올라오셨다.

들어갈 수 없으니 외삼촌, 외할머니, 아버지 모두 병원 앞에서 전화로 상태만 듣고 돌아왔다.

지금은 그나마 맥박과 호흡은 정상이라고 하니 거기에 모든 희망을 걸었다.

오후 4시에 CT를 찍는다고 연락이 왔다.

일 끝내고 집에 돌아오니 결과를 못 들었다고 한다.

바로 전화해서 물어보니 수술 후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호흡과 맥박은 정상이라 한다.

의사가 없어서 이대로 기다려야 하는 건지 다른 방법을 써야 하는 건지 물어보지도 못했다.

상태가 나빠지진 않은 것 같지만 여전히 걱정이다.

그리고 주말에는 상태가 나빠질 때만 전화해준다고 하는데

주말이 이렇게 시간이 안 가고 무서워질 수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도 나도 지금 서로 힘들게 버티고 있다. 엄마가 없는 집이 너무 조용하다.

이때까지 집안일 도와주는 것도 소홀하게 한 것도 말 잘 안 들은 것도 다 후회된다.

아프다고 할 때 병원에 데려가서 검사하도록 했어야 했다.

월요일에 면담이 예정되어 있다. 그때까지 엄마가 버텨주기만을 바라고 

꼭 일어났으면 좋겠다. 정신만 차리면 내가 똥을 치우든 밥을 먹이든 다 할 테니

지금은 일어나기만 했으면 좋겠다.

아직 우리 엄마는 젊으니까 금방 일어날 거다. 좋은 생각만 하려고 한다.

진짜 일요일이 너무 무섭다. 빨리 월요일이 왔으면 좋겠다.

'일상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 보러 간다.  (0) 2021.06.25
일상으로 돌아가기  (0) 2021.06.07
벌써 21년이다.  (0) 2021.04.21
역시 공부는 어릴 때부터...  (0) 2020.06.16
오늘부터 특별한 날로 만들어보자  (0) 2020.04.27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