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의 피로함을 잠깐 풀고 슬슬 나갈 준비를 했다.
유럽은 기차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허름하다고 해야 하나
조금 실망했는데 아마 인프라가 오래전에 구축된 거라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해봤다.
저녁에 인터밀란 VS 유벤투스 경기가 있어서 시간 때우기용으로 친구와 밀라노를 둘러보기로 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보니 도착한 곳은 밀라노 대성당이었는데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압도하는 크기와
엄청나게 섬세한 조각 때문에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며 서 있었다.
항상 익숙한 한국의 고궁들과 절만 보다가 이렇게 석재로 큼지막하게 지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와 다른 신기함에 한참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우리는 뭔가 자연과의 조화라는 느낌이라면 여기서는 전체를 압도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개인적인 감상은 그런데 아무튼 동. 서양의 느낌을 비교하면서 바라보니 재미있었다.
입구에 사람이 정말 많아서 안으로 들어가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아쉽긴 하다.
성당을 들렸는데도 시간이 남길래 주변에 뭐가 있나 살펴보니 레오나르도 다빈치 박물관과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라고 불리는 거대한 쇼핑센터가 있었다. 쇼핑엔 워낙 관심이 없어
다빈치 박물관에 들려 둘러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크지 않았지만 시간 때우기용으로는 괜찮은 듯.
경기 시작 전에 저녁을 먹기로 하고 피자집으로 들어갔다. 이탈리아 하면 피자 아니겠는가?
유명한 맛집은 아닌 것 같고 체인인 것 같았지만 그냥 이태리 피자를 경험해본다는 마음으로...
한국에서도 피자 한판을 다 못 먹는데 일인당 피자 하나라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지만 올라간 토핑도
많지 않고 도우도 생각보다 많이 얇아서 하나 정도는 웬만한 성인 남성은 뚝딱 해치울 수 있을 듯
이태리 피자는 얇은 도우가 특징이라고 하던데 확실히 내 취향은 얇은 도우인 것 같다.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슬슬 지하철을 타고 스타디움 근처로 가니 벌써부터 열기가 느껴졌다.
지하철역에 지나가는데 호날두 광고 포스터에 눈을 전부 파놨던... 무서운 사람들...
그나저나 진짜 유럽에 나오게 되면 유명한 축구 경기장은 한 번씩 가봐야 할 것 같다.
진짜 뭐라 말할 수 없는 매력이 있고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것 같다.
중립 구역이라 유베와 밀란의 팬들이 섞여 있었는데 서로 싸우기 바쁘다.
뭐 나야 보는 입장에서 이것도 재밌는 구경거리였지만 솔직히 진짜 싸울까 봐 겁이 나서
아무 말 안 하고 그냥 축구만 봤다.
속으로 인터밀란을 응원했는데 결과는 2:1로 유벤투스의 역전승.
그래도 이런 빅매치를 실제로 봤다는 것에 만족한다. 언제 다시 한번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글 쓰기로 했던 걸 또 까먹고 지나갈 뻔했다. 이것도 습관 들기까지 쉽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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