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무슨 명품 브랜드를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
자세히 들어보니 구도심이 산 위에 형성되어 있다는 말에 흥미가 생겨 바로 기차표를 예약했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길을 나섰다.
이틀 뒤에는 여행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에 오늘은 빨리 움직였다.
며칠 동안 브레시아에 묶다 보니 이제 익숙한 거리가 보인다.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기차로 천천히 베르가모로 이동했다. 한 1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멀지 않은 도시다.
설렁설렁 주변을 살펴보며 걸어가다 보니 구시가지로 올라가는 등산 전차가 보였다.
걸어서 꼬불거리는 길을 올라가기는 힘들 것 같아 등산 전차를 타고 구시가지로 가기로 했다.
드디어 도착한 구시가지.
인구가 10만이 겨우 넘는 중소도시지만 산업은 꽤 발달되어 있어 유명한 브랜드가 많다.
F1에 납품되는 브레이크를 만드는 브렘보도 여기 본사가 있고, 제본 및 인쇄 가공기구도 유명하다고 한다.
아침 일찍 도착하다 보니 영업을 하는 가게는 거의 없어서 조용히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구시가지를 한 바퀴 둘러보고 휴식도 취할 겸 카페에 들렀다.
카페를 창업한 지 500년이 넘었다니 신기할 수밖에... 한국엔 100년 넘는 가게도 흔하지 않으니까.
확실히 이탈리아 사람들은 에스프레소를 자주 마셔서 그런지 라테는 그다지... 맛있는지 모르겠다.
가볍게 휴식을 취하고 주변을 한번 더 둘러보기로 했다.
지나가다가 들리게 된 콜레오니 예배당. 밖의 모습은 그냥 평범한 예배당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이 또한 반전이 있었는데 자그마한 예배당 안에 빽빽이 들어 찬 예술품들과 장식품들.
물론 이 예배당보다 크고 멋진 성당이나 예배당은 많이 있겠지만 반전의 매력은 여기가 최고라 생각한다.
가만히 서서 예배당을 바라보며 과거 상업도시로서 엄청난 부를 누렸을 도시의 풍경을 상상해봤다.
일정을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길에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저장했다.
큰 도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산 위에 지어진 도시라는 게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지금까지 방문한 그 어떤 도시들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도시였다.
2020년, 이 도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인구 약 12만 명 중 천여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내가 다녀 간지 1년도 안되었을 시점이라 이 아름다운 도시에 대해 안타까움이 더 컸다.
뉴스에서 안 좋은 소식으로 이 도시를 다시 보게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희생된 모든 사람들의 명복을 빌며, 도시가 정상적으로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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